“사회를 바꾸는 힘찬 발걸음, 북카페 체화당” [Travel News]

27 September, 2012

http://www.travelnews.kr/sub/DocView.html?Page_ID=14&mode=view&BID=396

사회를 바꾸는 힘찬 발걸음, 북카페 체화당
트래블뉴스 김학진기자
1980년대 우리나라 사회 변화의 중심에 대학생이 있었다. 그들은 함께 모여 토론하고, 행동하며 세상을 좀 더 발전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모여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근방에 다섯 곳의 종합대학이 위치하는 신촌은 수만 명의 대학생들이 살아가는 지점이지만 예전만큼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학문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그 자리는 개인의 ‘스펙’과 학업성적을 우한 노력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예전에 함께 모여 토론하고 행동하던 대학생들과 그 문화는 어디로 간 걸까.

좀 더 나은 지역문화와 세상을 위해 노력하던 대학생 특유의 정신은 찾아보기 어렵게 느껴지지만 아직 그 뿌리는 신촌 한쪽에 고스란히 살아 숨쉬며 싹을 틔우고 있다. 지역에 거주하고 재학중인 대학생과 인근주민이 함께 만들어가고, 젊은이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뭉쳐 다양한 문화의 꽃을 피우기 위한 허브로 존재하는 북카페 ‘체화당’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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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북문 근방에 위치하는 북카페, 체화당  ©김학진


손님과 함께 만들어가는 체화당

이화여대 북문에서 언덕으로 올라가면 북카페 체화당을 찾을 수 있다. 체화당에 들어서면 넓은 앞마당과 한국 전통의 석 공예를 찾아볼 수 있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나무로 만든 야외 벤치도 눈에 띈다. 체화당은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178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가옥인 ‘체화당’에서 그 이름을 따 왔으며, 체화란 형제간의 우애를 뜻하는 말로 조선시대의 ‘이전(李琠: 1558∼1648)’과 ‘이준(李埈: 1560∼1635)’의 우애를 뜻한다. 북카페 체화당은 형제간의 우애라는 본래의 의미를 넘어 지역사회와 근방 대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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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화당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김학진

체화당을 누구나 자유롭게 들를 수 있게 운영중인 정동욱 매니저는 “이 곳을 찾는 사람은 아무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오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외부 음식 반입을 허용하고 있고, 주문에 대한 부담 없이 지역 사람들에게 개방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타 북카페에서는 ‘세 시간’이라는 암묵적인 이용시간이 적용되고 있고, 1인당 1메뉴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점과 비교해 ‘열려 있는’ 운영을 하는 체화당의 특징이 눈에 띈다. 이와 같은 열린 운영은 지역사회와의 소통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다. 이 곳에 전시된 도서의 20%는 이 곳에 자주 오는 사람들에게서 기증 받은 책이고, 도서뿐만 아니라 체화당을 장식하고 있는 목 공예품과 식탁, 테이블, 의자, 심지어 1층과 지하에 각각 한 대씩 비치되어 있는 피아노까지 모두 지역 주민에게서 기부 받거나 손님에게 선물 받은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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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화당은 지역사회의 기증과 참여를 통해 발전해간다  ©김학진

정 매니저는 “이 곳에 단골손님 중에는 국내 한 대형서점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이 이 곳에 콘셉트에 맞는 도서를 매 달 한두 권 정도 보내주기도 한다”며 “이 곳을 찾는 대학생에게 무료로 책을 대여해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살롱’ 문화를 지향한다

신촌의 어느 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만든 체화당의 뿌리는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생이 모이는 자리는 정치적인 탄압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 불만을 품은 대학생들은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정해 열린 토론공간으로 활용하곤 했는데, 이런 토론의 자리가 체화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체화당의 도서는 창업주가 소장하고 있던 책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는데,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만든 북카페인만큼 인문학과 사회과학 도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총 1,000여권의 도서구성 또한 80년대 대학생이 읽었을 만한 책부터 요즘의 대학생이 읽는 책까지 찾아볼 수 있다. 한 쪽에 비치된 오래되어 보이는 책장에는 80년대 대학생들이 한 권쯤은 갖고 다녔다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부터 칼 마르크스, 레닌 등 사상가들의 주장을 담은 책을 포함 약 300여권의 옛 책들을 찾을 수 있다. 과거부터 이어져 현재에 이르는 도서구성처럼, 이 곳을 운영하고 있는 직원들도 모두 이 곳을 만든 교수의 제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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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대학생의 손때가 묻어있는 도서들을 찾아볼 수 있다.  ©김학진

책을 읽은 뒤, 책 속의 깊은 맛을 느끼기 위해 혼자만의 사색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자칫 스스로의 생각 속에 갇혀버릴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요즘에는 여러 독서 동호회를 통해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며 생각의 폭을 넓히는 움직임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체화당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가 바로 지역 대학생과 주민을 중심으로 열리는 독서토론이며, 일반적인 독서토론에서 한 발 나아간 방향의 토론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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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독서토론이 벌어지는 북카페, 체화당  ©김학진

체화당에서 열리는 독서토론에 참가하는 구성원이 직접 저자를 섭외해 체화당에서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을 벌인다. 체화당은 “우리는 프랑스의 ‘살롱’문화를 지향한다”며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과 함께 책에 대해, 사회에 대해 토론을 통한 의견을 나누고, 이 같은 콘텐츠를 교육으로 재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카페 ‘체화당’은 지역과 사회를 개척해나가고자 하는 이들이 찾는 대안학교인 ‘풀뿌리사회지기학교’의 교실로도 활용되고 있고, 근처 대학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철학강의가 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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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촌민회, 풀뿌리사회지기학교 등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있다  ©김학진

도전하는 대학생 문화의 중심

한 교수의 제자였다는 공통분모를 가진 체화당의 직원들은 더 나은 체화당을 위한 도전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들은 세계 곳곳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하며 사회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을 찾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협력하는 일도 진행한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 뉴욕에 위치한 네 곳의 북카페를 수시로 찾아가고 있고, 올해에는 일본 교토에 있는 ‘소셜 키친’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꾸준한 발전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체화당에서는 사회를 향한 도전을 꿈꾸고 실행하는 대학생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지식의 공유로 잘 알려진 ‘TED’를 필두로 스탠포드대, 버클리대, 예일대 등의 대학에서도 강의를 유튜브 등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전 세계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체화당은 이러한 흐름을 국내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대학생으로 구성된 비영리 미디어인 OLIVE와 함께 국내의 석학을 중심으로 그들의 강연을 듣고,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체화당의 지하 스터디룸에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정 매니저는 “강연을 녹화하고 있고, 조만간 인터넷을 통한 공유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배포도 진행 중에 있다”며 “세계적 추세에 맞춰 상아탑 안에 있는 교수 등의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으로써의 체화당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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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지식공유의 장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북카페, 체화당  ©김학진

체화당에서 열리는 지식공유의 첫 번째 순서는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의 <통섭, 풍성한 지식의 만찬>이라는 주제로 열렸고, <한국에서 인권을 생각하기>라는 제목으로 고은태 앰네스티 집행위원의 강의가 이어졌다. 지난 주에는 마광수 교수의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강의가 성황리에 열렸다는 게 체화당 측의 설명이다.

바른 먹거리를 꿈꾸는 한 대학생 단체와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화학조미료와 농약을 배제한 유기농 무 조미료 음식을 만드는 대학생들에게 부엌을 빌려주며, 그들의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장으로써의 체화당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정 매니저는 “이 곳이 다른 사람들의 꿈을 이루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대학생과 지역문화와 함께 나아가는 체화당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섯 곳의 종합대학이 위치한 신촌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깊게’ 알려져 있지 않은 곳 중 하나다. 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반 세기 동안의 신촌의 변화를 연구하는 ‘신촌논단’과, 신촌 곳곳에 숨어있는 명소들을 모으는 ‘동네 지도’, 신촌 지역 잡지인 ‘촌’등을 통해 신촌의 지역문화를 만들고 있는 체화당. 대학생의 펄펄 뛰는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북카페 체화당의 사회적 활동이 신촌이라는 지역을 넘어 곳곳으로 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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